시간을 넘어온 목소리, 도시(dosii)의 [반향]

글쟁이 2025-11-23 04:35
우리는 종종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한다. 직접 겪어보지 못했음에도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빛바랜 사진 속에서 오늘의 감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영원이라는 건 미래를 향한 맹세가 아니라, 그렇게 과거에 남겨진 채 시간을 이겨낸 마음들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프로듀서 최종혁과 프런트우먼 전지혜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도시(dosii)의 리메이크 앨범 [반향]은, 바로 그 아련하고도 단단한 영원에 대한 이야기다. 리메이크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섬세한 재해석의 영역이다. 특히 80-90년대의 명곡들은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거쳐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도시의 [반향]은 그 익숙한 길 위에서 자신들만의 방향을 정확히 찾아낸다. 이 앨범은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묶이는 '낭만'이나 '여유' 같은 관념을 좇지 않는다. 대신, 원곡이 품고 있는 감정의 핵을 꺼내어, 도시 특유의 쓸쓸하고 몽환적인 감정선으로 조심스럽게 감싼다. '겪어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이들의 헌사는, 그래서 존경심 가득한 대화에 가깝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이러한 재해석의 훌륭한 예시다. 조덕배의 '꿈에'는 원곡의 애절함 대신, 일렉트릭 기타 리프를 통해 처연하고도 담담한 체념의 정서를 그려낸다. 과하게 울부짖지 않기에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이 배어 나온다. 하수빈의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에서는 전주와 간주에 목소리를 역재생하는 듯한 사운드를 더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청순한 소녀의 기도 같았던 원곡을 성숙한 여성의 쓸쓸한 독백으로 바꿔 놓는다.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은 원곡의 청량함에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를 입혀, 마치 꿈속의 풍경처럼 아득하게 재탄생했다. 황치훈의 '추억 속의 그대'는 도시의 재해석을 통해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선다. "희미해지는 지난 추억 속의 그 길을 이젠 다시 걸어볼 순 없다 하여도" 라는 원곡의 애절함은, 도시의 목소리 안에서 과거를 억지로 미화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로 재해석되었다. 이들의 음악 안에서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현재는 과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이것이 [반향]이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을 넘어, 시간을 관통하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결국 도시(dosii)의 음악은 그렇게, 모순된 감정들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반향]은 시간의 먼지가 내려앉은 명곡들을 꺼내어, 지금 우리의 감정으로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앨범이다. 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더 따뜻해진 멜로디가 역설적으로 더 깊은 쓸쓸함을 자아내는 것을 경험한다. 그렇게 도시(dosii)가 건네는 쓸쓸하고도 다정한 안부 속에서, 빛바랜 나의 추억은 비로소 오늘의 색을 얻고, 영원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이렇게 기억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dossi 노래 중 lovememore도 좋습니다

너의궤도, starstarstar 너무 좋습니다

DJ Okawari의 리믹스 버전 럽미모어는 dossi에게서 쉽게 못보는 시티팝 바이브가 어우러져서 진짜 신기합니다. 추천합니다.